한은, 기준금리 연 3.5%로 동결…올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5%대로 높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도 커졌지만, 올해 들어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기준 금리 연 3.5%로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의 금리 동결이다.또한 숨 가쁘게 이어져온 금리 인상 국면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해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에 이어 지난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을 기준으로 보면 약 1년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0차례, 총 3.0%포인트(p) 끌어올렸다.
이번 결정으로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 금리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하거나 상반기 중 연 3.75%로 한 차례 더 인상하는 데 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2월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금통위원 6명의 의견은 동결(3.5%) 3명, 추가 인상(3.75%) 3명으로 나뉘는 분위기였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인상을 점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금통위는 불안한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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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동결 원인은?
한은이 이번에 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은 무엇보다 ‘물가 경로상의 불확실성’이 크고, 그간 가파르게 금리를 올린 만큼 이제는 그 효과를 봐가며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해도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은은 3월부터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낮아지고, 올해 말에는 3% 초반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 경로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고 금리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의 영향, 공공요금 인상의 파급효과 등에 따라 물가가 예상보다 더 뛴다면 추가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데다 소비도 위축돼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이 물가를 낮추는 효과보다 경기를 해치는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금리가 충분히 긴축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의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 금융의 경착륙 등 금리 인상이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금융 안정 문제를 고려하면, 일단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고 봤을 수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일자리 호황으로 임금과 서비스 물가의 지속적인 오름세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연초부터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하고,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 회복세도 약해지는 추세다. 국내외 주요 기관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중반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망치(1.7%)보다 다소 낮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에서 3.5%로 고쳤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는 물가에 중점을 두면서도 경기·금융안정과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상쇄)를 면밀하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활력을 저해하거나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초래할 만큼 과도하게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간 누적된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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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격차는 기존 1.25%로 유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기존 1.25%p로 유지된다.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5%p로 벌어지게 된다.
연준이 오는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자금유출 및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까?
금리 인상 국면이 완전히 끝났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공공요금과 국제유가 등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탓이다. 최근에는 미국 정책금리의 향방도 다시금 안갯속에 휩싸인 상태다. 미국 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더 오르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한 가파른 금리 인상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선 한국은행이 올해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한국은행은 올해 최종금리 수준을 연 3.5~3.75%로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연준이 예상보다 긴축 기조를 오래 지속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00원을 돌파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과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진 점도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하겠다”고 했다.
관련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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